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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공원에 사는 다람쥐와 새를 보호하는 시민의 자세

  • Published9월 9, 2026

도시 한복판의 공원을 걸을 때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치는 작은 생명들이 있습니다. 나무 사이를 재빠르게 오르내리는 다람쥐, 벤치 곁에서 먹이를 쪼아 먹는 비둘기와 참새, 연못가에서 쉬고 있는 청둥오리까지. 국내 도시 공원의 녹지 면적은 전체 도시 면적의 약 15~20%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 좁은 공간 안에서 발견되는 조류와 포유류의 종 수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풍부합니다. 실제로 서울의 주요 공원에서만 관찰되는 야생조류는 40종이 넘고, 포유류와 양서류를 합치면 60종 이상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시 공원은 단순한 휴식처가 아니라, 콘크리트 숲 사이에 남은 야생동물의 마지막 보금자리인 셈입니다.

이 글은 공원을 찾는 시민이 야생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루고자 합니다. 다람쥐에게 땅콩을 던져 주던 과거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돌아보고, 공원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짚어본 뒤, 건강한 공원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실천해야 할 시민의 자세를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환경 교육 실무자나 공원 관리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이 참고할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보겠습니다.

도시 공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놀라운 변화를 겪었습니다. 과거에는 넓은 잔디밭과 시멘트로 포장된 산책로가 중심이었고, 야생동물의 존재는 반가운 손님이라기보다 방해 요소에 가까웠습니다. 공원 곳곳에 설치된 쓰레기통은 비둘기와 까치의 먹이 공급원이 되었고, 주말이면 다람쥐에게 빵 부스러기나 과자를 건네는 가족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 다람쥐들은 사람의 손길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먹이를 받기 위해 접근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관행이 야생동물의 자연 foraging(먹이 탐색) 능력을 약화시켰다는 점에 있습니다. 사람이 주는 가공식품은 야생동물에게 영양 불균형을 일으키고, 이가 과도하게 자라거나 특정 영양소가 결핍되는 사례가 늘어났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공원 관리 방침은 큰 폭으로 달라졌습니다. 쓰레기통을 밀폐형으로 교체하고, 먹이 주기를 금지하는 안내판을 세우며, 야생동물이 안전하게 은신하고 번식할 수 있는 생태습지와 야생 초지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전환된 것입니다. 이제 공원은 사람의 편의를 위한 휴양 공간과 생태계 보호를 위한 녹지 축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설계됩니다. 실제로 어느 대도시의 하천변 공원은 제방을 콘크리트로 덮는 대신 야생 초화류를 심고 완만한 경사의 자연형 호안을 조성한 뒤, 수달과 백로가 스스로 돌아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도시 공원 설계가 인간의 편의만이 아니라 생물 다양성까지 고려했을 때,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의 핵심 요인은 무엇이었을까요. 한 마디로 말해, 공원 이용자와 관리자의 인식 전환이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시민들이 단순히 녹지를 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공원 안의 작은 생명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궁금해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도시에서 야생동물을 만나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자연을 이해하는 첫 교과서 역할을 합니다. 공원에서 다람쥐가 도토리를 땅에 묻고, 새가 둥지를 짓고, 청개구리가 비가 오기 전에 울어 대는 모습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생태 교육입니다. 다만 시민들이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먹이 주기입니다. 공원에서 다람쥐나 새에게 먹이를 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만합니다. 하지만 땅콩이나 견과류를 가공한 제품, 식빵, 과자 등은 절대 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야생동물에게는 인간의 간식이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다람쥐는 도토리와 밤, 산열매를 스스로 찾아 먹을 때 이갈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사람이 주는 부드러운 음식만 먹다 보면 치아가 정상적으로 마모되지 않아 턱 질환을 앓기도 합니다. 새들에게 곡물을 뿌려 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 길들여진 새는 겨울철 자연 먹이가 부족해도 사람에게 의존하게 되고, 번식 주기가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공원에서 만나는 야생동물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그냥 바라보며 지켜 주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쓰레기 관리입니다. 공원 피크닉을 즐긴 뒤 음식물 쓰레기를 방치하면 까치와 까마귀가 이를 파헤치고, 여우나 너구리 같은 중형 포유류까지 공원 안쪽으로 끌어들이는 요인이 됩니다. 배달 음식 용기나 캔, 유리병 같은 것은 특히 위험합니다. 작은 동물들이 머리를 넣었다가 빼지 못하는 사고나 유리 조각에 발을 다치는 사고가 실제로 발생합니다. 도시 공원에서 다람쥐와 새를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음식물을 포함한 모든 쓰레기를 반드시 가져와서 처리하는 것입니다. 공원에 설치된 분리수거함을 이용하더라도, 뚜껑이 열린 상태로 두면 바람에 날아가거나 동물이 뒤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급적 쓰레기는 집까지 가져가거나 밀폐된 전용 수거함에 넣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로, 관찰 거리 유지입니다. 야생동물의 생태를 관찰하는 것은 좋지만, 새끼를 보호 중인 어미 동물에게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가거나 번식기가 아닐 때에도 접촉을 시도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사람의 체취가 새끼에게 묻으면 어미가 새끼를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쌍안경이나 카메라의 줌 기능을 활용해 먼 거리에서 방해하지 않는 것이 기본 예절입니다. 특히 봄철에 다람쥐나 조류의 둥지가 있는 나무 아래에서 큰 소리를 내거나 돌을 던지는 행동은 명백한 훼손 행위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공원 관리사무소에 알리는 것이 더 현명한 대처입니다.

네 번째로, 계절별 특성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겨울철에는 먹이가 부족해지지만, 인공 먹이보다는 공원에 남겨 둔 야생초의 씨앗과 열매를 보존해 주는 것이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가을에 낙엽을 치우고 잔디를 정비하는 것도 좋지만, 일부 구역은 그대로 두어 곤충과 작은 동물들이 겨울을 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여러 도시 공원에서 관목과 낙엽층을 유지한 구역의 조류 개체 수가 정비된 잔디 구역보다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시민들이 공원 산책을 할 때에도 나뭇가지에 걸린 둥지나 땅속에 만들어진 굴을 발견하면 그 주변을 피해 다니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런 원칙들이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가족과 함께 공원을 찾은 시민의 경우, 아이들에게 야생동물을 만지는 대신 관찰 일기를 쓰게 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공원에 사는 새의 종류, 다람쥐가 이동하는 경로, 계절별로 달라지는 나무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환경 교육이 됩니다. 공원 산책을 즐기는 성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걷는 동선을 나무가 우거진 곳과 개방된 잔디밭을 번갈아 선택하면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다양한 생물의 활동을 관찰할 기회가 늘어납니다.

가벼운 운동을 공원에서 즐기는 사람들은 공원 내 특정 구역이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출입이 제한되어 있다면 그 안내를 존중해야 합니다. 운동 경로를 보호 구역을 피해 잡는 것은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계절별로 야생동물의 이동 경로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공원 안내판이나 관리사무소의 정보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가을이나 봄에 공원 사진을 촬영하는 이들에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름다운 새나 다람쥐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담기 위해 플래시를 터뜨리거나 큰 소리를 내는 것은 동물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줍니다. 사진 촬영 시에는 긴 망원 렌즈를 사용하고 동물이 편안해 하는 최소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야생동물이 사람을 인지하고도 도망가지 않는다고 해서 완전히 길들여졌다고 오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길들여진 듯 보이는 개체일수록 사람 쓰레기나 먹이에 의존하게 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도시 공원 설계 측면에서도 시민들의 보호 활동을 돕기 위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생태 통로를 조성해 공원과 외곽 산지 사이를 동물이 오갈 수 있게 하거나, 야간 조명을 동물의 활동 리듬을 고려한 따뜻한 색온도로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일부 신규 공원에는 방문자 센터에 공원 내 서식 생물의 종 목록을 전시해 두고, 시민들이 어떤 동물이 어느 계절에 관찰되는지 미리 알도록 안내하기도 합니다. 이런 공간 정보를 활용하면 우연히 동물을 만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도적으로 보호하고 관찰하는 활동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공원에서의 쓰레기 처리 역시 시민의식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부분입니다. 피크닉 매트 위에 음식을 놓고 먹다가 떨어진 부스러기까지 깔끔하게 정리하는 가족이 늘고 있고, 길 가장자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줍는 시민을 볼 수 있습니다. 담배꽁초는 작아 보이지만 빗물에 섞여 흘러가면 도시 하천의 수질을 악화시키고 작은 생물들의 서식지를 망가뜨리는 원인이 됩니다. 공원을 찾을 때에는 간단한 비닐봉투를 준비해 두었다가 자신이 만든 쓰레기를 되가져오는 습관이 가장 좋습니다.

종합하면, 우리 동네 공원의 다람쥐와 새를 지키려는 노력은 결국 인간의 절제된 행동에서 출발합니다. 먹이를 주지 않고, 쓰레기를 남기지 않으며,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계절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 네 가지 원칙은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이어집니다. 도시 공원은 인간과 야생동물이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과거와 달리 공원 설계와 관리 방식이 생태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듯이, 이용자인 시민들도 자연스러운 환경 교육을 통해 생물 다양성의 가치를 일상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땅에 묻는 모습, 새가 지저귀는 소리, 물가에서 쉬는 오리의 평온한 자태. 이것들은 우리가 돈을 들이지 않고 누릴 수 있는 도시 속 자연의 선물입니다. 하지만 선물은 아무 조건 없이 영원히 주어지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가까운 공원에서부터 생태계를 보살피려는 태도를 보일 때, 도시의 녹색 공간은 진정한 휴식과 자연 교육의 장소로 기능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공원을 걷는다면, 눈에 보이는 다람쥐와 새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은 충동을 잠시 접어 두는 것. 그것이 이 시대의 시민이 야생동물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예의입니다.

Written By
Jesse Gonzalez